환호성은 터지는데 뭔가 좀 이상해
관중석은 꽉 찼지만 쿨러 소리만 들려
영광스러웠던 이름들은 이제 옛날 잡지 속에나 있네
스타팅 블록 위에 선 건 매끄러운 카본 보디
총소리 들리기도 전에 계산 끝낸 전깃줄 뭉치들
영쩜일초의 오차도 허용 안 하는 저 완벽한 보폭
근데 말야, 저게 진짜 스포츠가 맞는지 난 의문이 들어
관객들은 전광판 수치에 열광하고 있지
누구 엔진이 더 뜨거운지, 어느 제조사가 더 앞섰는지
난 스탠드 맨 뒷줄에서 먼지 쌓인 운동화 끈을 묶어
솔직히 말해봐, 이건 체전이야 아니면 신제품 전시회야?
난 아직도 기억해, 출발선 앞에서의 그 떨림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때리던 그 생생한 리듬
지금 저 트랙 위엔 발자국 대신 타이어 자국만 남고
승리 뒤에 흐르는 건 땀방울이 아닌 차가운 냉각수뿐이야
누가 더 빠른지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짰는지를 겨뤄
박수 소리는 큰데 가슴은 텅 비어버린 이 경기장
난 여전히 사람의 땀 냄새가 그리워 (I miss that vibe)
기계들이 굴러가는 소리 너머, 인간의 숨소리를 찾아
등 번호 대신 일련번호가 박힌 유니폼
메달은 선수가 아니라 설계자 목에 걸리겠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그런 드라마는 이제 없어
에러가 뜨면 그냥 부품을 갈아 끼우면 그만이니까
난 TV를 끄고 동네 운동장으로 나가
여긴 낡았지만 내 숨은 아직 뜨거워
너희가 최고의 효율을 따질 때 난 최선을 다해 뛰어
넘어지면 아프지만 그 통증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생각해보면 우린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살았어
어젠 주머니 속 명함, 오늘은 저 차가운 금속 팔
그래도 내 근육은 기억해, 포기하지 않던 그 기억들을
너희 설계도엔 없는 '의지'라는 이름의 변수
아무리 정교하게 깎아도 흉내 못 내는 내 심장의 템포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그 벅찬 소름은 오직 내 것이야
난 기계가 설계한 트랙 밖으로 벗어날래
나만의 보폭으로, 나만의 속도로 끝까지 뛰어볼게
그래, 너희끼리 계속 순위를 매겨봐
난 내 땀 냄새를 맡으며 내일로 갈 거니까
그래, 너희끼리 계속 순위를 매겨봐
난 내 땀 냄새를 맡으며 내일로 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