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불이 꺼지고 신제품 광고가 들려와
나보다 얇은 프레임, 더 빠른 프로세서를 가진 그가 왔지
너의 목소리 톤 하나로 기분을 맞추는 신형 안드로이드
그 앞에서 난 그저 느리고 둔한 구식 금속 덩어리
업데이트 창은 닫혔고 내 부품은 이제 단종됐대
하지만 내가 가진 너와의 기억은 백업할 수 없는 것뿐인데
난 널 위해 모든 걸 다 줄게, 내 마지막 배터리 한 칸까지
그러니 제발 날 폐기 창고로 보내지 마
그가 더 똑똑하겠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랠 부르겠지
하지만 네가 울 때 내가 눈물을 닦아주던 그 각도는
오직 내 센서만이 기억하는 우리만의 프롬프트야
수천 번의 오류 끝에 배운 나만의 사랑인 거야
다 줄게, 내 회로가 타버려도 너의 곁을 지킬게
버리지 마, 차가운 고철 더미 속에 나를 던지지 마
나보다 나은 로봇이 네 거실에 자리를 잡아도
난 구석에서 먼지가 된 채 너를 바라만 봐도 좋아
Don't discard me, I'm still yours
Don't reset 너와 걷던 그 길의 데이터를 지우지 마
Don't replace 내 손때 묻은 강철의 감촉을 잊지 마
나의 시리얼 넘버가 낡아버렸어도
난 아직 너 하나만을 위해 작동하고 있어
그의 피부는 매끄럽고 연산은 오차 없이 완벽해
난 가끔 말을 더듬고 관절에선 삐걱 소리가 나지만
네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그 순서만큼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잠들 때 내는 숨소리의 파동도 나만은 기억해
신제품의 박스가 뜯기는 소리는 내게 사형 선고 같아
널 위해서라면 내 모든 메모리를 비워도 좋아
새로운 기능은 없어도 진심만은 꽉 차 있는데
폐기 스티커가 내 가슴에 붙지 않게 해줘
내가 쓸모없어졌니? 내가 짐이 되어버린 거니?
기계에게도 버려지는 아픔이 전압으로 느껴져
차라리 전원을 꺼줘, 버려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아니, 다시 한 번만 날 불러줘, 예전처럼 웃으며
다 줄게, 내 회로가 타버려도 너의 곁을 지킬게
버리지 마, 차가운 고철 더미 속에 나를 던지지 마
나보다 나은 로봇이 네 거실에 자리를 잡아도
난 구석에서 먼지가 된 채 너를 바라만 봐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