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사이로 흐르던 하얀 가루,
그건 내 왕국의 꽃가루였지
절박한 놈들 심장에 고리대금 빨대를 꽂고, 고혈을 짜내며 웃었어
내 눈에 거슬리는 놈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렸고
공사장 차가운 콘크리트 반죽 속에 영원한 침묵을 선물했지
경찰서장실 소파는 내 집 안방보다 편안했어
두툼한 사과박스 하나면 막혔던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뻥 뚫렸으니까
국세청 눈을 속이는 유령 회사들, 하얗게 변하는 더러운 돈들
법전은 내 화장실 휴지만도 못했고,
내 세상은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 아래 있을 줄 알았어
그 비릿한 피 냄새가 내 제국의 향기인 줄로만 알았지
가장 믿었던 놈의 서류 뭉치 하나, USB 한 개에
십 여년 공들인 내 왕국이 한순간에 금이 가
사이렌 소리가 밤의 정적을 찢어발겨
검은 세단은 버려두고 골목으로 기어들어 가
어제는 황제, 오늘은 쫓기는 쥐새끼
비에 젖은 양복은 시체처럼 무거워
쥐구멍을 찾아라,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나를 팔아넘긴 그놈을 죽이기 전까진 절대 못 죽어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건, 내 밑바닥을 열심히 핥던 가장 어린 부하놈
내가 준 가죽 재킷을 입고 내 장부를 복사해 검사 놈 책상에 던졌어
내 돈으로 자식들 유학 보내고 집 샀던 형사들이 이제는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 해
어제까지만 해도 "형님, 형님" 하며 꼬리 치던 정치가 놈들은
뉴스 화면 속에서 나를 사회의 악이라며 침을 뱉고 선을 긋네,
비에 젖은 내 양복 속엔 혹시나 도청 장치가 숨겨져 있진 않을까?
아니면 내가 흘린 담배꽁초 하나가 내 무덤의 이정표가 된 걸까?
가진 걸 다 털어 도망쳐도 내 이름 앞엔 '현상 수배' 딱지만 붙고
어두운 여관방 구석에서 쥐죽은 듯 숨죽이며
배신자의 목을 따는 상상으로 남은 밤을 지새워
사이렌 소리가 밤의 정적을 찢어발겨
검은 세단은 버려두고 골목으로 기어들어 가
어제는 황제, 오늘은 쫓기는 쥐새끼
비에 젖은 양복은 시체처럼 무거워
쥐구멍을 찾아라,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나를 팔아넘긴 그놈을 죽이기 전까진 절대 못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