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벌써 분홍빛인데
내 계절은 왜 아직 멈춰 있을까
눈을 감으면 보이는 그 풍경,
잠시만 더 눈을 감고 있을게
햇살은 밀크티처럼 부드럽게 쏟아지고
한강 둔치 위로 흩날리는 벚꽃 잎의 춤
그 곁엔 네가 서 있어,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로
네 옆모습을 쏙 빼닮은, 인형 같은 우리 딸아이의 손을 잡고
성수동 뒷골목, 사람 가득한 핫플 사이
우린 마치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
네 가방을 대신 메고, 아이의 서툰 발걸음을 맞춰주며
시원한 라테 한 잔에 녹아드는 이 따스한 봄의 온도
꿈속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장이고
너는 나의 영원한 뮤즈, 내 삶의 완벽한 조각상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해, 이 공기, 이 향기
내 심장 소리가 네 귀에 닿을 만큼 가까운 이 거리
눈부신 봄날의 한강, 꿈결 같은 너와의 데이트
나를 닮은 미소와 네 눈망울을 가진 아이
하지만 깨어나면 차가운 바람만 스쳐 가고
내 손을 잡은 건 허공을 가르는 미련뿐인걸
툭, 현실이라는 이름의 차가운 빗줄기가 뺨을 때려
감았던 눈을 뜨면 여긴 좁고 어두운 작업실 한구석
인스타그램 피드 속에 올라온 너의 진짜 행복
내 상상 속의 아이 대신, 다른 남자의 손을 잡은 네 모습
그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웃고 있는 너를 봐
내가 쓴 가사 속의 남편은 내가 아닌 그 사람이지
비참함은 독주처럼 목을 타고 넘어가고
혼자 꾸던 꿈은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흩어져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에겐 너무 과분한 사치일까
네 행복을 빌어주기엔 내 속은 이미 검게 타버렸어
아름다운 봄날의 상상은 잔인한 현실의 반어법
난 오늘도 끝이 없는 짝사랑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
넌 이미 누군가의 전부가 되어버린 사람
난 그저 네 궤도 주위를 맴도는 서글픈 그림자
봄은 왔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 속에 갇혀
아름다워서 더 잔인한, 나만의 슬픈 신기루
눈부신 봄날의 한강, 꿈결 같은 너와의 데이트
나를 닮은 미소와 네 눈망울을 가진 아이
하지만 깨어나면 차가운 바람만 스쳐 가고
내 손을 잡은 건 허공을 가르는 미련뿐인걸
내일도 해가 뜨면 봄이 오겠지
하지만 내 봄은 너라는 사람뿐이라
난 아마 평생 추운 계절을 살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