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장마 (Prod. JA)
작사 : CIMOE
작곡 : JA
장마가 지속되면 엄마의 전도 맛이 없어.
아버지 떠나신 날, 첫 장마가 그쳤지.
그날은 나의 생일. 기울어가던 가세.
못 배워 힘없는 엄마는
어린 나와 갓난쟁이 동생 업고
부의 수도에서 쫓겨 할머닐 찾아갔지.
화전민처럼 남루히 이어지는 생활.
단단하던 아빠의 어깨 같던 대리석이
곰팡이 핀 누런 장판으로 전락.
길어지는 우기.
혼자 술을 마시고 화를 내던
그녀의 모습도 그만큼 느네.
“열다섯이었나?”
엄마는 맨날 아파 난 그게 마음에 걸려
소풍날이면 맨밥에 고추장 비벼
체한 줄도 모르고 먹었는데.
난 그게 얹힌 건가도 몰랐는데.
자라 보니, 취하기만 하면 그 기억에 얹혀.
그래, 더 세게 장대비가 사납게 내려.
외로움 같아.
긴 장마가 그치면 한결 밝을까?
아니면, 더 큰 비가 올까?
한편 쌓인 눈,
휘날리는 게 나를 두고 가는 삶 같다 여기던 때.
그 돈, 돈, 돈 소리 참 지겨웠는데
나도 돈, 돈, 돈 별수 없이 중얼거리네.
밤이면 장사를 했어, 가게 이름은 궁전.
야, 네 엄마 술 파니까 한잔 따라 봐 인마.
아득해지는 시야.
반대편 탁자, 고갤 젓는 엄마의 표정 덕에
꽉 쥔 주먹은 벽만 피를 볼 때까지 쳤다.
굳은 표정의 아빠의 영정은 말이 없지.
“그때부터였을까?”
장마는 기세를 더 해가.
마음을 대변하듯 억수같이 내리는 비가
이젠 놀랍지도 않아 익숙한가 봐.
비에 젖을수록,
삶은 쓰게 했고 돈이 하게 했다.
돈이 하게 했고 삶이 쓰게 했다.
그래, 더 세게 장대비가
사납게 내려 외로움 같아.
긴 장마가 그치면 한결 밝을까?
아니면, 더 큰 비가 올까?
몇 번이고 이 악문 세월, 별수 없이 겪어왔네.
무너진 지붕에서 엉거주춤 젖다 보면,
웃자라는 게 비단 키만은 아니지.
다 사는 게 상처인데.
현실의 짐을 나누긴 어린 동생 보며 웃다가,
화 한번 내자니, 어미 머리 서리에 울다가.
이게 날 위한 비가 아니란 것쯤은 알아.
혹한을 입에 담고 말 못 할 말을 못 하면,
쓴 글만 줄고 버린 말들이 많아.
믿었던 것들에 희롱당할 때마다.
자비 없이 숟갈 뜨네, 먹고 사는 굴종.
삶은 소화가 안 돼, 짙어지는 체기.
수천 수억의 빗줄기는 왜 나를 울리나.
얼마가 지나야 이 비가 한번 그칠까?
복받치면 술 한잔 못나눈
아버지가 따라주는 한잔, 이 비와 마시지.
난 왜, 사람에게 상처받고 시간에게 용서받는가.
어찌 왜 가질수록 희망은 고문이 되는지.
그래, 더 세게 장대비가
사납게 내려 외로움 같아.
긴 장마가 그치면 한결 밝을까?
아니면, 더 큰 비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