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진눈깨비
작사 : CIMOE
작곡 : JA
편곡 : JA
“언제 오기 시작한 걸까?”
밤새 못 든 잠, 근심을 새벽 눈과 씻어내다가
눈을 뜨곤 표정 없이 천장만 봐.
겪을 인파 속의 하루를 점쳐 보곤 하지.
“멈추지 않고 내달리는 건,
가만있긴 너무 무서운 지금이라 그래.”
환승 구간 너절하게 늘어질수록
노동과 이상의 간극도 그만큼 커져가.
잘못된 메움도 갖고픈 구멍도 아니었지.
늘 말엔 싸움이 붙고, 글엔 포장만 늘던
굳이 괴롭히지 않아도
모두가 하필 나로 인해 많이 괴로웠었다.
주마등 아래 성긴 눈에 매만 맞다간,
무난하게 훼손되다 흙이 될까 봐.
죽음보다 인정이 늦게 올까 봐.
세상은 이런 내 무너짐, 감상하고 즐겨왔지.
안간힘을 써도 피할 길 없는 진눈깨비
비도 눈도 아닌 나 같은 것.
이 풍진세상 한없이 흩날리다가
기어이 사라질 걸 이미 잘 아는데
안간힘을 써도 피할 길 없는 진눈깨비
비도 눈도 아닌 나 같은 것.
이 풍진세상 한없이 흩날리다가
기어이 사라질 걸 역시 잘 아는데.
때는 12월의 초, 청담의 송년회.
무르익은 분위기 술 취한 눈들이
내게 겨눈 화살 같던 말들.
역경 딛고 나온 나의 1집은 과녁이 되어 박혀가.
그 자리에서 조롱만 당하다가
“15년을 버틴 나의 자긍이
인간으로 존경 받을 일이 왜 힐난 받는지.”
정적을 뚫고 청춘의 하류쯤을 난 말없이 거닐었다.
전선을 두른 나무 아래서 되뇌이네.
“아버지, 저는 웃음거리 같은 게 아닙니다.”
한 번 사는 동안 다 헛짓이라면,
여태의 고뇌, 시련 전부가 장난 같아.
입에 쓴 노래만 쓰고 지어 보면
아무도 말 건네지 않고 한 해가 가.
저곳의 불빛들 원래 푸르고 맑지만,
왠지 나만 그림자로 태어나려 해.
안간힘을 써도 피할 길 없는 진눈깨비
비도 눈도 아닌 나 같은 것.
이 풍진세상 한없이 흩날리다가
기어이 사라질 걸 이미 잘 아는데
안간힘을 써도 피할 길 없는 진눈깨비
비도 눈도 아닌 나 같은 것.
이 풍진세상 한없이 흩날리다가
기어이 사라질 걸 역시 잘 아는데.
쥐고 나온 돈 없는 태생,
내 부모와 꼭 같은 처지를 상속받았지.
취업전선에선 내 꿈이 곧 철천지원수야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면 삶이 명확했지.
가난의 신음에 비해 힘이 없던 믿음.
현관에는 수북한 저 세금과 고지서.
독촉하는 구실에게 저당 잡혀있어.
빌어먹은 생은 또 내 편이 아니었지.
제2금융권까지야. 사채까지는 안 가.
떠나와 있는데 매일 떠날 궁리.
꿈은 내 것이니 내가 알아서 지키되,
난 동생의 오빠이자 엄마의 아들
해야겠어 노릇. 끝을 봐야 돼, 이 가난.
벼랑인들 걷고 싶은데
험히 내린 폭설, 오래 걸어온 길 있는데
까닭 없는 진눈깨비.
서럽게 내 자취만을 지워가.
안간힘을 써도 피할 길 없는 진눈깨비
비도 눈도 아닌 나 같은 것.
이 풍진세상 한없이 흩날리다가
기어이 사라질 걸 이미 잘 아는데
안간힘을 써도 피할 길 없는 진눈깨비
비도 눈도 아닌 나 같은 것.
이 풍진세상 한없이 흩날리다가
기어이 사라질 걸 역시 잘 아는데.